‘DÉCIDÉ(데시데)’는 프랑스 디저트를 판매하는 베이커리 카페로, ‘분명한, 뚜렷하고 명확한’이라는 뜻의 불어에서 유래했다. 북촌 한옥마을 골목에 위치한 특성을 고려해, 주변 한옥이 전하는 고즈넉한 정서를 모던하게 재해석해 담아내고자 했다.

한지 위에 그어진 뚜렷한 한 획의 먹선에서 영감을 받아, 정갈한 공간에 비정형적인 요소를 더해 디자인했다. 파사드에는 서까래와 내외담 같은 한옥 구조의 요소를 모던하게 재조합해 매스감 있는 형태를 완성했다. 출입구 유리 도어에는 장인이 한땀한땀 두들겨 만든 금속 소재를 걸어 섬세한 디테일을 더했다.

처음 마주한 오래된 현장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반복적으로 부서지고 다시 지어진 벽과 바닥, 낮은 천장, 그리고 위층에서 내려온 오래된 배관들이 눈에 띄었다. 철거가 불가능한 배관을 공간 한가운데 기둥으로 감싸고, 이를 기준으로 좌석과 바, 주방을 나누었다. 자칫 답답하고 어둡게 느껴질 수 있는 이 공간에 양기를 들이기 위해 깊이 고민했다.

공간의 분위기는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바와 스툴 같은 낮고 무게감 있는 덩어리들이 정제된 흐름으로 공간을 구성하며, 그 사이로 우뚝 솟은 조형물이 대비를 통해 무거움을 중화시킨다. 자연 속에서 무심히 자라난 나뭇가지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은 하늘을 향해 뻗은 형태로, 천장에 은은히 반사되어 수직적으로 확장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한옥 처마 밑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인공적으로 자연광을 연출해 공간 곳곳에 내리쬐는 빛을 만들어냈다. 천장 너머에 무언가 있는 듯한 빛의 연출은 단순한 배치에 무드를 더하며, 낮고 좁은 공간에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고요하게 정제된 배경 위에 자연물을 연상시키는 선명한 조형물을 더해, 한지 위에 강렬한 먹선이 그어진 듯한 연출을 완성했다. 이러한 강약의 조화는 ‘DÉCIDÉ’가 오래된 북촌 골목의 시간성을 담아내며, 그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