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KUEN’은 ‘낙원(樂園)’의 일본어식 발음으로, 낙원상가와 인사동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모던 일식 레스토랑이다. 스스로 돋보이기보다 제자리에서 묵묵히 본연의 기능을 지키는 인사동의 여느 가게들처럼, 이 동네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숙성되어가는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인사동의 오래된 골목과 골동품 가게에서 자주 발견되는 텍스처를 재해석해 공간을 디자인했다. 벽과 천장, 바닥은 고서의 빛 바랜 종이를 연상시키는 스터코와 콘크리트로 마감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일식당에서 흔히 보이는 기물들을 미니멀하게 재구성하고 스케일을 과감히 키워, 목재와 금속의 질감을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마감재의 물성은 서로 대비를 이루며 절제된 아름다움을 더한다.

공간은 중앙의 오픈 키친과 바를 중심으로 사면마다 독립적인 장면을 부여해 구성했다. 진입 시 처음 마주하는 좁은 전실의 벽은 공간의 내부와 외부 사이에서 이질적인 전이를 만들어내며, 앞으로 펼쳐질 공간에 대한 암시를 제공한다. 이를 지나 홀로 들어서면 넓게 펼쳐지는 전경이 입구에서 느낀 긴장감을 해소시켜준다. 오브제 파티션은 홀과 제면실, 화장실을 자연스럽게 분리해 시야를 차단하며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맞은편 벽에는 기존 건축 창에 몽타주 방식을 활용해 다섯 개의 창을 배치했다. 이 창들은 창 너머 벽의 질감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일광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도록 설계되었다.

중앙 바의 후드는 일식 식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동으로 마감해 공간의 무게 중심을 잡는 오브제로 활용했다. 또한, 이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양쪽에 슬릿 형태의 미러 SUS 조명바를 배치해 시각적 임팩트를 더했다.

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통합된 공간을 이루고, 적동이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산화되는 모습은 ‘LA KUEN’을 낙원동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