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한남동의 오래된 주택건물에서 사용되어지던 바버샵이었다. 클라이언트는 이 곳을 자신이 뉴욕과 앤트워프 유학시절 자주 찾던 동네 빵집의 분위기처럼 빈티지한 느낌의 가게로 만들어달라 했다.
그곳들은 디자인이 특별하진 않지만 빵과 커피향이 깊게 스며든 공간으로 누구나 편하고 따뜻하게 머무르다 가는 빈티지하고 친근한 따뜻한 가게였다고 한다.

‘빈티지’는 만드는게 아니라 ‘숙성’되어지는 것이다. 진정한 빈티지는 유행을 타지 않으며 세월이 지날수록 희소성을 가진다 생각했기 때문에 억지로 만드는 빈티지는 본질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유럽에는 실제로 3-40년은 더 된 역사들을 지닌 진짜 ‘빈티지’카페들이 많다. 그런 오래된 공간들이 숙성되어지기 전엔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생각하며 공간과 분위기를 계획했다.

우리는 앞으로 흐를 시간을 예상하며 그 시절의 형태와 물성을 활용하며 행위와 공간에서 즐기는 방식을 차용하며 작위적인 빈티지의 표현보단 훗날 방문객들의 손때에 의해 만들어질 ‘릴리언’만의 분위기를 위해 고민했다.

이미 외부와 주변환경은 30년이 넘은 건축으로 인해 낡은 느낌을 주고 있었기에 그 느낌을 다듬어 우리의 공간분위기를 연결시키기 위한 정리가 필요했다. 우선 외부는 콘크리트에 깊게 박힌 음각의 신주 사인 주변으로 기존 창과 문의 일부를 적벽돌을 메꾸고 그와 어울리는 금속 소재로 창과 문의 라인을 정리하였다.

내부 또한 30년 전 주택으로 이용되던 해당 건축은 불규칙하고 필요 이상의 창이 많이 내어져 있었다. 우리의 계획에 필요하지 않은 창문들은 벽돌로 메꿔 그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었으며 벽면과 천장을 한 톤의 오프화이트 페인트로 정리하여 물성의 대비를 나타냈다. 공간의 바닥은 테라코타 타일과 교차되는 콘크리트 메지를 넓게 활용하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느낌을 연출하려 했고, 이 넓은 메지면은 앞으로 방문할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흔적이 덮힐 수 있도록 계획했다.

공간구성은 진입부에 위치한 오픈 바가 손님과 스탭 사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빵을 만드는 메인주방과 홀로 나뉜다. 아연프레임에 투명유리로 구성된 공장식 슬라이딩도어 너머로는 빵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며, 이 곳에서 만든 빵은 6미터 길이의 거대한 원목 테이블위 진열된다. 이 테이블은 시간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에이징 될 수 있도록 6센티 두께의 원목을 직접 목공예작가와 함께 다듬고 갈아내며 나무 결을 입체적으로 살리고 오일을 수차례 덧칠하며 완성하였다.

테이블 뒤의 프로스트 유리의 상부장은 이곳에 채워질 집기들의 실루엣을 보여주며 5미터 길이의 길다란 금속 펜던트는 우드테이블와 유리상부장, 콘크리트 공간의 물성대비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대면에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물티슈 사용을 벗어나 조금 더 직관적인 방법으로 화장실 외부 벽면에 빵을 먹기 전후로 사용가능한 외부 개수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개수대의 왼편엔 벽면에 핸드타올을 매입함으로써 일반적인 핸드타올 디스펜서의 방식을 벗어나 벽면 자체가 하나의 기능을 담당하는 계획된 오브제월로 보이길 원했다. 창가의 바테이블과 일반 라운드테이블, 8인용 빅테이블까지 총 세가지 타입의 좌석테이블은 손님으로 하여금 공간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행위를 유도한다.

옛것의 형태와 방식을 미니멀화하여 각기의 구성요소로 믹스매치를 한 이 공간이 앞으로 찾아올 사람들의 발자취에 의해 자연스럽게 숙성 되어지길 기대한다.